입시와 취업에 학폭 가해 기록이 반영된다. 엄정한 대응은 해법이 될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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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
로펌을 끼는 순간 기천만 원대의 소송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녀의 학폭 기록을 지우기 위해 소송에 나선다. 학교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민감한 청소년기에 벌어지기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특히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남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일이 된다. 생기부는 어떤 학생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전부다. 이것이 입시에 반영되어 학벌을 결정하고, 학벌은 명함에 쓰일 직장을 결정하고, 그 직장이 여생의 소득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기부에 기록되는 선도 조치 한 줄은 형사처벌에 준하는 무게를 가질 수도 있다. 개인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싸움으로 번진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가해자는 무슨 수를 써서든 기록을 지우고 싶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학폭 과거를 잊은 채 현재를 누리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걸 중재하고 처리하는 기관은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다. 그런데 학폭위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부분 학부모로 구성되어 법리적으로 놓치는 게 많고 피해 학생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 등 불복 조치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학폭위를 구성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법관이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를 섭외하기가 비용과 일정 등 여러 문제상 만만치 않은 것이다. 외부 전문가 비중을 늘려도 바빠서 출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폭위는 형사 기관이 아니라 교육지원청 소관으로 처벌보다는 계도를 목적으로 한다.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사법 기관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공동체와 피해자 중심주의
교육당국은 엄벌주의를 원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학폭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언급했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엄벌주의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당장의 속 시원함을 넘어선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작은 학교가 어떤 곳인가라는 공감대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학교는 교육과 훈육을 통해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기관이며,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처분은 가해자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가해자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조치들은 가해자를 벌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을 뿐, 교화에 필수적인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회복이 빠져 있다. 즉,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피해자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보는 해법이 아니다. 대중이 〈더 글로리〉에 공감한 이유가 단지 속만 시원해서는 아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피해자였던 문동은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 건지, 어떤 어른이 되어서 누구와 감정을 나누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학교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촉법 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의 처분 기록을 생기부에 기재하고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교원 지위 향상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가 발의한 법률안에는 ‘나쁜 학생’이 명확하다. 가해자는 처리하고 엄벌해야 하는 문제 학생이 된다. 그런데 엄벌주의에 집중할 때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절차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큼 명확하고 쉬운 일이 없다. 죄질이 안 좋을수록 ‘나쁘다’는 진술에 힘이 실려서 말하는 사람의 죄책감이나 찝찝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진다. 그런데 사실, 나쁘다는 말은 가치 판단에 지나지 않다. 지금 학폭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는 데 멈춰 있지 않은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때 간과되는 건 무엇일까. 교실 내에서, 또 다른 어딘가에서 위계와 폭력 앞에 눈 감고 피해자에게 손 내밀지 않은 스스로의 부끄러운 순간이다. 누구도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의 사과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그리고 교육 공동체로서 학교를 회복해야 한다.

학교 공동체 회복이라는 말은 바람직하지만 멀고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저희가 2011년부터 회복적 생활교육을 시작했는데, 그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게 되겠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한국 사회가 다른 대안을 찾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