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와 취업에 학폭 가해 기록이 반영된다. 엄정한 대응은 해법이 될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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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이미지투데이

학교 폭력(학폭)의 해법으로 ‘기록’이 제시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폭 근절 대책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의했다. 기존 대입 수시 전형에 반영하던 학폭 가해 기록을 수능 위주의 전형인 정시에까지 확대 반영토록 한다, 그리고 취업 때까지 가해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당은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는 이 조치가 가해자의 학폭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은 드라마〈더 글로리〉에 환호했다. 대리 만족은 그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동안 우리가 학폭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있은 후 잘 먹고 잘 사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흔히 봐왔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사적 복수를 통해 공적 처벌의 부족함을 메꾸었고, 이는 시청자에게 희열을 주었다. 이번 정부여당의 대책은 학폭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 가해자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그림을 조금은 망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찝찝함이 남는다. 이 모든 조치가 있은 후에, 과연 우리의 속은 드라마를 볼 때처럼 명쾌하고 시원해질 수 있을까.

정순신과 서울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학폭이 논의된 계기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되었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 논란이었다. 2019년에 정 변호사의 아들은 서울대 정시 모집 전형에 지원했다. 당시 서울대 정시 전형은 100퍼센트 수능 점수만을 봤고, 징계 사항은 교과 외 영역에서 감점 자료로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학폭 징계로 인해 정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 입시에서 받은 조치는 수능 점수 2점 감점이었다. 가해자에 온정적인 기준에 사회는 분노했다. 입시 제도가 학폭 가해 이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수능 위주의 전형인 정시에도 학폭 기록을 반영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정시 반영 아이디어
정 변호사 아들 논란 이후 주요 대학들이 정시 전형에도 학폭 이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시에서의 학생부 반영 비율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어 일괄 손질하기 어렵다. 학교나 학과별로 영향이 다를 수 있으며, 대학 측에서 입결을 올리기 위해 조치를 철회할 수도 있다. 정시와 수시는 전형의 특성과 기간도 다르다. 3개월여의 긴 전형 기간을 갖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전형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하다. 전형 기간이 짧아 학폭 처분이 늦어질 시, 조치 사항을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사회에서 폭력을 저지른 재수생이 정시에 응시한다면 이 역시 학폭과 동일하게 따질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학폭 취준생 검증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해 취업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12월 대표 발의한, 학폭 기록을 10년간 보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법안에 반대했다. 첫째, 기록을 장기간 보관함에 따라 학교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 둘째, 학생이 진로를 설계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데 방해가 되는 등 입게 될 피해가 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헌법에 적힌 직업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취업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게 확정되면, 가해자는 학폭 기록을 낙인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 낙인은 기록을 지우기 위한 행정심판과 민원 쇄도라는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록을 지우기 위한 시도는 지금도 흔하다. 당장 이 논의의 시초가 된 정순신 변호사가 소송을 통해 학폭위 처분 시점을 미루었다. 이미 가해자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시간 끌기 수법으로, 운이 좋아 졸업 시점까지 판결이 나지 않으면 학폭 이력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가해자가 낸 집행정지 1405건 중 57.9퍼센트인 813건이 인정됐다. 시간만 끌면 변호사는 성공 보수를 받는다. 그래서 학폭은 법조계에서 공공연하게 산업이 되었다. 로펌들은 학교 폭력 전담팀을 만들고 가해자/피해자를 대리하여 승소를 이뤄냈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전문성을 홍보하고 있다.
다음주 계속.